응급실

2007. 7. 3.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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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응급실 신세를 졌다...
말이 응급이지...병원 업무 시간이 아닌 새벽이라 달리 도리가 없었을 뿐이다...
새벽 6시부터 배는 뒤틀렸고...1시간을 참다 근처 10분 거리 큰 병원을 찾았다...
다행히 가는 동안 통증은 가라앉는 분위기여서 맥은 빠졌으나...
이왕 간 김에 진찰이나 받아보자는 심산이었는데...

의사는...혈관주사 놓고..약 하루치 처방하고...나중에 내시경이나 하자...는 반응 뿐이었다...
여자가 원래 소화기능이 약하다며...만성 소화불량에는 약도 없단 식이다...
병원 오는 게 버릇되면 안된다며 누구는 식초물을 먹고 누구는 청국장을 먹는다...자기만의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고 침을 튀겼다...나보고 민간요법을 스스로 터득하란 말인지?

통증의 여진은 남아있고 정신은 혼미한데 그런 공자 말씀이 귀에 들어올리가 있나...
그리고 어지간히 아프지 않고서야 새벽에 자는 사람 깨워 응급실로 날라오진 않았을 텐데...게다가 정확한 진찰도 없이 응급 처방만 하면서 너무 앞서가는 건 아니신지?
엑스레이 찍을 듯 하다가 간호사가 뭔 사정인지 안된다고 하니깐 주사 처방이나 하면서...
그래도 주사 한대면 '드라마틱'하게 안아플꺼라더니 통증은 사라졌다...
집에서 먹고 나온 소화제 때문인지 주사 때문인지...누가 알리오...

환자와 의사의 관계...는 언제나 불편하고 기분 나쁜 관계인 경우가 다반사다. 침대에 누워 처분을 기다리는 환자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둘러보고 마는 의사. 간호사와 의사의 친절도와 무관하게 이미 관계 자체가 그러하다.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에 갔을 때의 상황과도 유사하다. 은행 직원 앞에서 개인의 신용은 모조리 까발려지고 일순간 비굴한 인생으로 굴러 떨어지는 기분...
실업급여를 받을러 갔을 때도 그랬다...첫 날 의무적으로 봐야하는 교육 비디오는 처음부터 끝까지 "당신은 할 수 있습니다!!!"라는 구호로 머리 속을 띵하게 만든다. 이런 식의 홍보 비디오를 보다 보면...기운이 나기는 커녕 스스로 실패한 사람이고...위로 받아야 하는 불쌍한 인생이 된 것 같아 처량해진다. 게다가 2주만에 한번씩 들러 구직활동을 보고해야 하는 구차함은 또 어떻고...

마지막 사례는 병원이나 은행과는 다른 차원일 수 있다. 어쩌면 힘든 상황 때문에 더 부각되는 자격지심일 수도 있다. 그래도 지금과는 다른, 편안하고 합리적인, 그리고 인격적인 배려를 받을 수는 없는 걸까?
조금만 사고를 바꾸면 가능한 일일텐데...하긴 뇌 구조와 개념을 바꾼다는게 어디 쉽나...
고객 제일주의나 고객 만족은 '돈으로 눈에 보이는 물건을 단순 소비해 줄 때만' 화려하게 존재하는 것인지...

마감만 아니면 드러눕고 싶었으나...다시 집으로 돌아와 출근 준비로 하고 회사로 향했다...
진정 배가 아픈 건 병원비였다. 응급실이라 16810원은 기본이라나. 주사와 약 하루치에 3만원이라니. 아...속이 쓰리다...

Posted by pun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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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7.05 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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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생이 말이 아니네...
  2. 2007.07.05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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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어울리게 비실비실 ㅠㅠ 근데 은규 컴백했다던데? 형석발 정보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