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2007. 6. 21.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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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 어렸을 땐 피아노와 주산 학원이 엄청 인기였다.
동생은 주산학원에 다녔고...난 피아노를 배웠는데...
초등학교 시절, 맨 처음 다녔던 피아노 학원은 젊은 여자 선생님이 실기는 물론 이론 수업까지 병행해 가면서 '제대로' 가르쳤던 곳이었다.

하지만 4학년 때 전학을 오면서 학원이 아니라 일종의 개인교습을 시작했는데...으허 무면허 강습이었던 거다...(그때 멀쩡한 학원을 골랐더라면...내 인생이 지금과는 달라졌을 수도? ㅋ)
같은 아파트에 사는...교회에서 피아노 반주를 하는 아줌마였는데 줄창 악보대로 쳐대는 손가락 연습만 시켰다.  수첩에 1부터 30까지 숫자를 써주고...집에서 그만큼 연습해오라고 시켰는데...난 그 아줌마네 집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 거짓말로 동그라미 치는 게 일이었다. 콩쿨에 나가려면 옥타브를 넓게 쳐야 한다며 엄지와 검지 사이를 찢는 수술을 권유하는 소리로 기겁하게나 만들고...나중엔 피아노 '치러' 가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싫었다. --.

아줌마는 피아노를 참 잘 쳤지만...왜 피아노를 '연주'하는지, 어떻게 하면 즐겁게 피아노를 칠 수 있는지, 음악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선 하나도 알려준 게 없다...아줌마 밑에서 몇년을 보내면서 체르니40 중반까지 마쳤지만...악보를 읽고 그대로 칠 줄 아는 스킬...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어릴 적 투자한 그 많은 시간과 노력이 물거품처럼 공중분해 --. "교육이란 무엇인가!" 교육자의 교육철학이 그래서 중요한 건데...

피아노 앞에 앉아본 지도 10년이 훨씬 넘었고...이젠 악보 보는 법도 가물가물하다...
손가락은 당근 굳어버렸겠지...
그래도 진열돼 있는 피아노를 보면 한대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디지털 말고 옛날 피아노...
어렸을 때 집에 있던 크고 까만 피아노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저 사진은 뉴질랜드 한 도시에서 찍은 건데...들어가보지 않아 뭘 파는 곳인지는 모르겠지만...외벽에 그려진 악보를 보니...낮은음자리표 샵 플랫 솔솔파미미레...떠듬떠듬...
휴. 어제에 이어 오늘까지 이어진 심란함의 극치...이래저래 허무한 기분...

Posted by pun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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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6.21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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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정말이지 울 부모님이 나한테 피아노를 왜 가르치시지 않았을까.. 하는게 간혹 원망스러울 때가 있어. 하물며 다른 악기라도 가르쳐 주시지.. 난 음악을 너무나도 좋아하지만 다룰줄 아는 악기가 정말 하나도 없어. 절망이야 ㅠ.ㅠ
  2. 2007.06.23 00:5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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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외네...기타 정도는 꽉 잡았을 것 같은데~ 뭐 지금이라도 늦진 않았자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