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미디어환경, 큰 시각 유지해야"
[인터뷰] 미디어오늘 창간 '산파' 김영신 KBS 정책기획센터장

"12년 전 미디어오늘이 창간될 때는 끓는 피와 열정만으로 많은 것이 가능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미디어지형이 워낙 복잡해지다보니 '중심'을 잡기 어려워진 측면이 있을 겁니다. 그래도 아픈 곳을 후벼팔 수 있는 언론이 미디어오늘 아닙니까? 단기적으로는 아프지만 우리 언론의 문제를 점검하는 미디어오늘이 있어 건강성을 담보할 수 있습니다."

   
  ▲ 이창길 기자 photoeye@  
 
미디어오늘이 지령 600호를 맞았다. 매주 우리 언론의 현실을 기록한 12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미디어오늘은 그동안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 그리고 창간 시절 '초심'은 무엇이었을까.

12년 전 미디어오늘이 탄생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김영신(52·사진) KBS 정책기획센터장을 만났다. "언론이 언론의 역할을 다하지 않는 참담한 상황을 두고 볼 수 만은 없었다"는 그는 "많은 우려와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지만 국민과 공유할 수 있는 매체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결국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미디어오늘 창간 논의는 지난 94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권영길 위원장은 지하철 파업과 관련해 제3자개입금지 위반혐의로 수배를 당하고 있었지만 언론은 '침묵'했다.

당시 연맹 수석부위원장이자 KBS 노조위원장이었던 김 센터장은 언론이 민감한 사안마다 입을 다물고 있는 '참담한' 현실을 돌파해나갈 새로운 조치를 고민하게 됐다. 바로 새 매체 창간이었다.

"사회적 감시와 권력 비판 기능을 못하는 언론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부 감시 장치가 절실했어요. 게다가 당시 미디어비평은 신문의 방송프로그램 비평에 그쳤고 미디어 환경 전반에 대한 비평도 거의 없었거든요. 그래서 언론노동자들의 집합체가 스스로 언론을 비판하고 감시해 국민들과 공유할 수 있는 매체를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하게 된 거죠."

매체비평지 창간이 필요하다는 점은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뤘지만 구체적인 논의로 진전시키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연맹 내부에도 매체비평을 달가워하지 않는 진영이 분명히 있었고 무엇보다 매체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재원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그렇지만 김 센터장은 정면 돌파를 감행했다. 전국 순회간담회를 통해 각 언론사 노조를 대상으로 매체비평지 창간의 필요성을 설득해나갔고 초기 창간 자본은 KBS 노조에서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결국 그 해 9월 연맹 중앙위원회를 통과했고 11월 창간준비위원회가 출범했다. 본격적인 창간 준비와 함께 95년 2월 '미디어오늘'이라는 제호가 정해졌고 첫 공채를 통해 기자들도 모집했다. 드디어 95년 5월17일 창간호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창간 초기부터 '조합비로 만든 신문인데 왜 우리를 비판하느냐'는 볼멘 소리가 있었어요. 독립채산제로 전환한 지금도 그런데 당시엔 오죽했겠어요. 주요 신문들의 반발과 취재 저항도 컸죠."

김 센터장은 95년 5월 KBS 노조위원장 임기가 끝난 뒤 연맹으로 파견돼 석달 정도 미디어오늘 제작본부장을 맡았다. 취재와 기사에 대한 각종 항의와 압력을 막고, 기자들이 공격적인 취재를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역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때부터 사장이 제작에 전혀 간섭하지 않는 전통을 만들었다고 자부합니다. 신문 제작은 전적으로 기자들에게 맡기고 저는 광고와 운영, 외부의 압력을 막는 지원 역할만 담당했으니까요. '외풍'을 막는 방패막이였죠."

김 센터장은 현업으로 돌아온 뒤에도 미디어오늘이 매주 나올 때마다 1면과 뒷면 광고부터 눈여겨보고, 매일 아침 인터넷으로 미디어오늘을 확인한다. 2007년 5월, 지령 600호를 맞은 미디어오늘에게 그는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을까.

"언론지형이 확대되면서 그만큼 미디어오늘의 역할과 책임이 더 어렵고 막중해졌죠. 12년 전에는 거칠게 말해 99%가 보수언론이었어요. 단일화된 이데올로기가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그래서 미디어오늘이 담당할 수 있는 역할과 공간이 넓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언론지형이 복잡해지고 사안에 따라 진보와 보수의 색채가 다르다보니 일률적으로 비판의 잣대를 들이대기 어려운 환경이에요. 더욱 정밀한 취재와 전문성이 요구되는 시점이죠."

김 센터장은 앞으로 미디어오늘이 일상적인 미디어비평 역할을 지속하면서도 보다 큰 틀에서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미디어오늘만의 색깔이 있어야 하고 우리 사회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해요. 미디어오늘의 비전에 동의하고, 매체환경을 비판하는 사회적 역할을 지지하는 전문가 그룹이 필요합니다. 그들을 통해 미디어오늘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죠. 과거 미디어오늘의 독보적인 역할과 위상이 지금도 그러한가를 자문하면서 앞으로 계속 발전해 나가길 바랍니다."

2007년 05월 30일 (수) 07:51:30 서정은 기자 punda@mediatoday.co.kr

Posted by punda

댓글을 달아주세요

  1. 2007.05.30 22:43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비밀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