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정체성 확립'에서 출발해야 
TV수신료 현실화 논란 
 
공영방송 재원구조 논의도 27년째 동결…시민사회, KBS 공공성 강화 개혁과제 마련

재원구조 공영화, 디지털전환 재원 마련 등을 위한 'TV 수신료 현실화' 움직임이 가시화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KBS는 오는 9월 국회 통과를 목표로 수신료 인상을 위한 본격 행보에 나선 상태다. 수신료 인상을 위해서는 KBS 이사회가 의결하고 방송위원회 검토를 거쳐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법적 절차를 밟아나가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와 수용이라는 쉽지 않은 산을 넘어야 한다.  

수신료 인상을 찬성하는 시민사회단체와 학자들은 '공영방송 강화'와 '공영방송 재원구조의 현실화'를 맞물린 두 개의 수레바퀴로 보고 그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반면 반대하는 단체들과 보수언론, 한나라당 등은 "편파방송, 방만경영 등 KBS 문제점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기와 방법이 적절치 않다"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역시 공영방송 제도의 근간이 되는 수신료 제도와 현실화 필요성까지 정면으로 부정하지는 않고 있다.

그렇지만 수신료를 둘러싼 해묵은 찬반 논란은 KBS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으로 치달으면서 다양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차단하는 결과를 낳아왔다. 수신료 인상의 전제로 거론되는 KBS의 인력구조, 경영투명성, 경영합리화는 어떤 측면에서 검토돼야 하고, 수신료 징수·사용의 적절성과 공공성은 어떤 방식으로 구현돼야 하는지 등에 대한 논의 역시 27년째 동결된 2500원의 수신료와 함께 묶여온 셈이다. 물론 이런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는 데에는 KBS 스스로 개혁 청사진을 제시하고 국민들을 설득하지 못한 책임이 가장 크다는 지적이다.

▷"방만경영, 정권편향…수신료 인상 납득 못해"= 수신료 인상에 적극 반대하거나 부정적인 쪽에서는 KBS의 방만하고 부실한 경영과 편파방송을 문제삼고 있다. '공영방송 발전을 위한 시민연대'는 지난 9일 "디지털방송 전환을 반대하자는 것도, KBS 수신료 현실화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라면서도 "정치적 편향, 불공정 보도, 방만한 경영, 극도의 상업화, 자사 이기주의 등 많은 문제를 덮어두고 단지 디지털방송을 위한 재원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수신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밝혔다.

국민들의 반응도 싸늘하기는 마찬가지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3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58%가 수신료 인상에 반대했고 찬성 의견은 14.5%에 그쳤다. 국민들은 여전히 "KBS를 안 보면 수신료를 안 내도 된다" "방만한 KBS가 수신료만 챙기려 한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셈이다.

▷"공영방송 강화 위해 수신료 인상 필요"=수신료 인상 문제는 공영방송의 정당성, 수신료 제도의 장단점을 두루 다룰 때 바람직한 해답이 나올 수 있다. 또 수신료 현실화 주장이 사회적 공감을 얻으려면 KBS 스스로 '공영성 강화'에 대한 개혁 방향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혹독한 평가와 검증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수신료 논의는 '방만경영' '편파방송'이라는 뭇매 속에 제대로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강형철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공영방송이 필요한데 수신료는 못 올린다는 주장은 자가당착"이라며 "KBS의 효율적인 경영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방만한 경영이라고 매도할 수준인지는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수신료 현실화 등 공적재원 확보 문제가 KBS 구조조정과 방만경영 해소를 목표로 하는 개념이어선 안된다"며 "수신료 논의는 전제는 공영방송의 공공성 확보"라고 강조했다.

▷"무료보편 서비스 확대, 디지털 전환에 필수"=수신료 인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KBS는 "시청자들에게 보다 높은 방송서비스를 제공하고 공영방송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급선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무료 보편 서비스를 유지·확대하고 디지털 정보 격차를 주도적으로 해소하며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이뤄내려면 전체 재원의 40% 수준인 수신료 수입을 점차 현실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KBS는 방만 경영, 편파방송 등 수신료 인상 반대의 근거로 제시되는 사안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 논리를 마련하고 있다. 특히 KBS는 "채널당 인력규모가 타사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외국 공영방송(BBC 1336명, NHK 1189명)과 비교해도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KBS에 따르면, 2006년 말 현재 9개 채널(TV 2, 라디오 7)에 5400명의 인력을 운영하고 있으며 채널당 평균인원은 약 600여명이다.

KBS는 또 10년간 지속적인 인력감축으로 정원 1032명을 감축했고, 팀제 도입으로 1198개의 간부 직위를 196개(팀장)로 축소해 연간 30억원의 직책수당을 절감했다고 밝히고 있다. 아울러 국회 결산승인, 경영평가 공개, 국정감사, 감사원 감사 등으로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고, 균형방송을 위한 내부토론과 자기검열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KBS는 디지털방송특별법의 국회 통과와 KBS 이사회에 수신료 인상안을 상정하는 시기에 맞춰 수신료 현실화의 필요성과 KBS 개혁 방향을 외부에 알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한 최근 사내 여론조사에 이어 이달 안으로 전국 성인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수신료에 대한 국민 여론을 수렴할 계획이다. KBS 노조에서도 조합원 여론조사 등을 실시해 노조의 입장과 개혁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의 한 관계자는 "수신료 인상을 위해 KBS 공공성 강화를 위한 내부 혁신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시장주의적 효율성에 근거한 몸집 줄이기를 요구한다면 공영방송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며 "'일하는 조직'으로의 전환 등 실질적인 개혁 조치가 마련돼야 하고, 조합원 여론조사 등을 통해 개혁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 "KBS에 개혁 과제 제시"=수신료 현실화를 통해 공영방송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시민사회단체에서도 KBS 개혁 과제를 마련하는 등 수신료 인상 국면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방침이다.

언론연대 추혜선 사무처장은 "미디어 균형 발전을 위해 수신료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KBS가 공영방송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은 반드시 들어갈 수 밖에 없다"며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관련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서중 교수는 "KBS가 미디어 균형 발전과 공공성 강화에 대한 의지와 목표 달성 계획을 제시하고, 공적 성격을 띤 제3의 기구에서 수신료 운영과 관리를 진행한다는 두 가지 전제를 갖춘다면 수신료 인상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7년 05월 23일(수) 10:42:16 서정은 기자
punda@mediatoday.co.kr

Posted by pun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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