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말

2010.03.18 11:10



바람의 말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하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 마종기

Posted by pun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