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출근길 아침. 택시 아저씨는 라됴에서 뉴스가 나오자 대뜸 이렇게 말했다.
- 너무 불쌍한 애야...8살 때 미국 안가고 한국에서 살았으면 이렇게 됐겠냐고....쯧쯧쯧

버지니아공대 총기 참사 사건이 발생했고 범인은 한국계 이민 1.5세대 조승희.
우왕좌왕 했던 것도 잠깐, 이내 후끈 달아올라 안절부절 못하던 언론들은
'조승희 동영상'이 공개되자...불나방처럼 덤벼들었다.
눈에 뵈는 것 없이 먹잇감을 찾듯....역겹게 타들어가는 소리...흔적...
조승희의 범행 만큼이나 섬뜩하다...

'킬러'에 '살인마'라는 표현을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대량학살'이란 단어도 심심찮게 등장했다.
조승희 누나의 실명을 써대는 건 더 말해봤자 입만 아플 뿐이다...
직장과 얼굴 사진까지 버젓이 공개하면서 '너무 다른 누나'라고 제목을 단다...

조승희 동영상을 여과없이 자극적으로 반복해 틀어대는 방송 뉴스도 흉악하긴 마찬가지다.
미국 현지에선...비판 여론이 거세지자...영상 사용을 자제하겠다고 밝혔다.
뒤늦게나마 필요했던 조치이긴 하나 그래도 써먹을 때로 다 써먹은 뒤가 아닌가.
볼 사람은 다 본 뒤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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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국은 어떤가. 추가로 공개된 동영상까지 다 우려먹고 나서...계속 그러면 수습이 안될 것 같으니까 그제서야 동영상 사용을 자제하겠다고 선언한다. 범죄를 정당화한 조승희의 주장이나 권총을 겨누는 섬뜩한 모습은 방송하지 않겠단다. 차분하고 냉정하게 보도를 하겠단다.
아니 그럼 왜 진작 그러질 않았나? 시청자를 완전 바보 취급한다...
 
그뿐인가. 방송 뉴스에서 조승희의 범행은 컴퓨터 게임처럼 묘사된다.
CG로 형상화된 조승희가 노리스홀로 걸어들어와 학생들에게 쏭을 쏘는 모습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친절하게도 권총으로 자살하는 방법까지 CG로 소개해준다. 조승희가 권총을 겨누는 스틸 사진은 방송사들의 클로즈업 기법을 타고....이젠 시청자를 겨냥한다.
미치겠다....총구가 점점 눈 앞으로 다가와 화면을 가득 채운다...

CBC 토니 버먼 보도국장이 했다는 다음과 같은 발언은 곱씹어볼만한 대목이다. "그런 유형의 이미지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방송 특성상 선택권 없이) 무조건 시청을 강요받는 상황은 피했어야 했다..."
모방범죄 어쩌고 저쩌고...차분하고 냉정한 보도...를 이유로 영상 사용을 자제하겠다 어쩐다...하는 것보다 훨씬 본질적인 지적이다.

'왜' 이런 엄청난 행동이 벌어졌는지, 범인의 심리와 상태는 어떤 것이었는지 등을 분석하기 위해 범죄심리연구가, 심리학자라는 사람들이 언론에 등장하고...심지어 인간과 종교, 구원 등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는 이유- 최근작의 제목도 '처형하는 인간'을 뜻한다나 - 로 이문열까지 이러쿵저러쿵 훈수를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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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희의 추모석을 덮은 꽃다발. 조씨의 추모석은 20일 희생자 32명의
추모석과 나란히 캠퍼스 중앙 잔디밭인 드릴 필드에 설치됐다. [연합]

조승희의 범죄를 두둔할 생각은 없지만....
이런저런 내용을 종합해볼 때 결국 그는 심각한 정신적 질환을 앓는 '환자'였을 뿐이다.

피해망상이든, 과다망상이든, 외톨이 증후군이든, 샤이증후군이든....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스스로의 분노를 조절하지 못한 '병'을 앓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33명의 목숨이 사라진 결과는 너무나 참혹했지만...그를 돌보지 못한 이 '사회'도...조승희를 살인마로 몰아가는 이 나라 '언론' 역시...함부로 총을 겨눠버린 그의 행동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는 점이 더 끔찍할 뿐...

Posted by pun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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