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 발언과 공적 행위를 '구분'해야 한다는 말은 분명히 일리는 있습니다.
그날의 술자리가 지극히 '사적'이라는 것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합니다.

물론 그날의 '사적인' 발언이 실제 '공적 행위'로 이어졌느냐에 따라 죄질은 달라질 것으로 봅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날의 발언이 행위로 이어졌다고 단정할 수 있는 부분은 없습니다. 그래서 위험한 '인식'에 대한 평가조의 기사들이 많았죠.

그렇다해도 그날의 '사적인 발언'들은 방송위원으로서는 함부로 입밖으로 내뱉어서는 안될 문제성 발언들입니다. 어차피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그 사람의 평소 생각과 인식이 행동으로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이죠. 생각 따로 몸 따로라는 게 얼마나 우스운 것입니까.

누가 녹음을 했건, 어떤 배경이건, 그 발언을 한 것이 사실이고, 그 내용이 세상에 공개된 이상 문제를 삼지 않을 수 없는 것이죠. '술자리 사석에서 한 발언'이라고 주장해봤자 결과적으론 설득력도 없고 옹색하기만 할 뿐입니다.

이런 여러가지 맥락에서 2일 오후 처음 녹취록을 입수했을 때 편견없이 내용을 검토하려고 했고, 강동순씨의 (방송위원으로서의) '자질'에 대해서는 보도를 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마녀사냥식의 '사상 검증'으로 흘러가선 안된다는 우려도 계속 했었구요.

'사석에선 나랏님도 욕한다'고 하는데...또 저 개인으로도 얼마나 올바른 말만 하고 다니느냐고 한다면 100% 자신있다고 할 순 없지만...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적인 것'들이 면죄부를 갖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신현덕씨가 아무리 고등학교 후배라고 해도 특정 방송사업자 대표라는 건 분명한 사실인만큼 아무리 보통의 인간 사는 모양새를 대입한다고 해도 '만남'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순 없죠. 방송위 상임위원이라는 자신의 '신분'을 망각하지 않고 스스로 엄격한 원칙과 도덕성을 들이댔어야 한다는 지적에는 아마 변명할 말이 없을 겁니다.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과의 합석과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강동순 본인 조차도 저와의 통화에서 "일리있는 지적"이라고 답했을 정도니까요.

이런 맥락에서 그날 술자리 비용을 누가 댔는지도...이 사안을 판단할 수 있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겠죠.

그렇지만, 사안을 '어떻게' 보도했느냐는 '다른 지점'이라고 여겨집니다.

보도할 부분과 아닌 부분을 얼마나 냉철하게 판단했는지에 대해서는 반성할 대목이 분명 있습니다. 첫 회의를 할 때부터 우리가 짚어야 할 포인트는 '방송위원으로서 강동순의 부적절한 발언과 자질'이라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습니다. 사안을 냉정하게 보자는 이야기도 계속 나왔습니다.
 
하지만 녹취록 전문 공개가 필요하냐 마냐에 대한 내부 논의과 공감이 없는 상태에서 그냥 녹취록 전문은 올라갔습니다. 타 매체에서 전문을 공개해버린 것이 자극이 됐을 겁니다. 또한 굳이 보도하지 않아도 될 곁가지들도 물량공세처럼 쏟아냈습니다. 이 때부터 점점 회의가 들기 시작했죠.

'총알'이 없는데도 총알이 있는 듯이 총을 빼드는 양상은 정말 위험하고 선정적입니다. 뻔히 다 알면서도 일부러 누군가를 철저하게 죽이기 위해 언론이 그런 태도와 전략을 쓴다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혐오하는 방식이지만, 총알이 아예 들어있다고 사안 자체를 대단히 왜곡/착각하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죠. 우리가 늘상 언론 보도에 대해 비판해왔던 지점도 이런 맥락일테구요.

녹취록 내용을 샅샅이 뒤져 필요한 '수위' 이상으로 판을 벌린 부분은 없었는지 내부 '평가'와 '자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과연 무엇을 위한 보도였는지, 방향과 전략은 있었는지에 대해서 말이죠.

출처 : 오목교역동물원
일시 : 20070409
작성 : punda

Posted by pun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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