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_OP.4

 | Music
2007. 4. 3. 00:22

박정현을 처음 TV에서 봤을 때...나 역시 그의 가창력에 빨려들었다. 마치 '뮬란'과 흡사한 (동양적?!) 외모를 가진 그가...오랜 외국 생활로...떠듬떠듬 한국어를 발음하며 예의 그 현란한 손짓과 감성으로 본토 삘이 나는 R&B 창법을 구사하는 모습은...신선하고 낯선...한편으론 오묘한 느낌까지 갖게 했다...

이런 박정현은 국내 안착에 성공했다. 확 끓었다 식는 냄비가 아니라 은근하게 달아오르는 뚝배기처럼...빼어난 가창력으로, 여린 듯 하면서도 포스가 느껴지는 당당함으로, 선하고 친근한 이미지로...'노래 잘 하는 여가수'의 대명사가 됐고 R&B의 디바로 자리를 굳혔다. 윤종신 하림 이규호 등과 함께 '편지할게요' 'p.s I love you'...등 좋은 곡들을 히트시켰고...수요예술무대 프로프즈 러브레터의 단골 손님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1~3집까지의 박정현 스타일을 좋아하는 팬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난 박정현의 4집을 최고로 꼽지만 그의 '실험적인' 변신을 마뜩해하지 않는 팬들도 적지 않기에...) 적어도 내겐 '노래 잘하는 박정현'이 슬슬 질려가기 시작했다. 노래를 여전히 잘 하는 건 틀림없는데 언제부턴가 그 과도한 꺾기와 간드러지는 기교, 갈라질듯 날카로운 고음의 바이브레이션 처리가 지겨워지고...급기야 점점 부담스럽기까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3집까지 들려준 음악들도 어느덧 평이함...큰 변화없는 정체...더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은 실력이 그런저런 잘 만든 평범한 발라드에 갇혀버린 듯한 답답함...이것이 박정현의 한계일까...주목했던 한명의 아티스트가 또 아쉽게 내 리스트에서 사라지는 건가...
하지만 '대반전'이 생겼다. 2002년 그녀의 4집. op4.

첫 트랙 '플라스틱 플라워'부터 사람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앨범을 맨 처음 들을 땐 빨리 전체를 다 들어보고 싶은 맘 때문이기도 하지만...좀 지루하거나 맘에 들지 않으면 스킵하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인데...이 앨범은 첫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건너뛴 곡이 하나도 없이...한곡 한곡 끝날 때마다 가슴이 울렁거렸다.

무엇보다 질려가던 창법이 확 바뀌었다. 부담스럽던 잔 기교들이 모두 사라진 것. 그의 목소리를 가는 체에 걸러내 가장 선명하고 아름다운 옥석만 골라낸 느낌이다. 게다가 '꿈에'와 같이 스케일 웅장하고 다이내믹한 곡을 물 흐르듯 소화해내는 그 감성은 또 어떤가...(심야 음악프로에 나와 '꿈에'를 첫 소개하며 라이브로 불렀을 때...그 떨림과 긴 여운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꿈에'는 특히 스토리텔링 자체가 너무나 뛰어나고 멋진 곡이다.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완벽한 구성과 아련하면서도 힘있는 편곡,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시적인 노랫말은 언제 들어도 감탄에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아직까지 이 곡처럼 환상적인 구성과 멜로디 라인을 구사하는 음악은 발견하지 못한 거 같다...(제발 나와달란 말이지!!!!)

기억에 남는 것은...곡 자체가 쉽거나 대중적이지 않아서...(난 당시 절대! 대중적이지 않은 곡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노래를 알고 또 좋아하더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는 --.) 당시엔 이런 노래가 TV 순위 프로에서 1위를 한다는 건 꿈도 못 꿀 일인데...예상을 깨고 딱 한번 1위를 했다는 사실이다. TV 보다가 기쁘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고...어찌됐든 우리나라 대중들의 음악 듣는 수준이 많이 높아진 증거라며 흥분했던 기억까지...^^

정석원이 프로듀싱을 했다는 점에서도 기대를 많이 한 앨범이었는데...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정석원과 박정현의 궁합은 완전 대박이었고...'꿈에'를 비롯해 어느 곡 하나 버릴 게 없는 명반이 탄생했다. '꿈에'를 비롯해 정석원표 미려한 발라드의 극치를 보여주는 '미장원에서' 'Plastic flower' 도 빼놓을 수 없는 수작...('미장원에서'는 정석원 스스로도 최고의 편곡이라고 평가할 만큼...후반부로 갈수록 고조되는 곡 구성이 감상 포인트!) 덕분에 박정현 4집은 015B 6집, 이가희 1집과 함께 가장 좋아하는 앨범 TOP3~

하지만 그 다음에 나온 5집은...4집의 퀄리티가 너무 높아서인지...대중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줬다. (정석원과 한번 더 작업하길 바랐지만...) 5집에선 황성제와 같이 공동 프로듀싱을 했는데 실험적인 사운드는 계속 이어졌지만...몇몇 곡은 보아의 발랄 댄스곡을 박정현이 부르는 것 같은 어색한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6집이 언제쯤 나올지는 모르지만...4집을 뛰어넘는 앨범이 되길! 정석원 만큼 박정현이 가진 음악적 능력을 극대화하고 최고조로 끌어내는 이도 없고, 박정현 만큼 정석원의 대곡을 제대로 소화하는 가수도 없을 듯 한데. 한번 더 같이 작업해주면 좋으련만~

최근 015B 7집에서 다이나믹 듀오랑 했던 '힙합' 피쳐링도 좋았었고...갠적으론 4집 마지막 트랙 Puff 처럼 다소 실험적이고 몽롱한 '일렉트로니카' 계열이라면 더 바랄 게 없을텐데!!! 박정현과 정석원이 보여주는 몽롱 우울삘 일렉트로니카는 과연 어떤 느낌일까?? 상상만으로도 행복한...(이 바람이 꿈으로만 끝나지 않길...제발~)

01 Plastic flower (상사병) 작사 작곡 편곡_정석원
02 꿈에 작사 작곡 편곡_정석원
03 someone 작사 작곡_이동현
04 사랑이 올까요 작사_이희승 작곡_이현정 편곡_황성제
05 생활의 발견 작사 작곡 편곡_정석원
06 미운오리 작사_이희진 작곡_황성제
07 미장원에서 작사 작곡 편곡_정석원
08 여자친구 참 예쁘네 작사 작곡 편곡_정석원
09 게으름뱅이 작사_윤종신 작곡_김덕윤 편곡_이준호
10 이별하러 가는 길 작사_윤종신 작곡_John Wetton 편곡_정석원
11 떨쳐 작사 작곡_MGR
11 나의 어머니 작사 작곡 편곡_정석원
12 puff 작사 작곡_박정현 편곡_Saint Binary

Posted by punda

댓글을 달아주세요

  1. 이주형
    2007.06.01 10:10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노래를 알고 또 좋아하더라는 것....'
    대학로 박정현 콘서트장에 긴 줄을 보고 나도 느꼈음.
    한 편으론 나 만의 가수를 뺏긴 느낌도 들어 아쉬었음^^

    나도 리나 음반 다 샀는데, 이 음반 좋았지...
  2. 2007.06.02 19:16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언제였더라...경희대서 했던 박정현 콘서트에 갔었는데...작은 체구에서 폭발하는 열정적 무대에 완전 뿅갔던 기억이 나요. 선배두 박정현 좋아하는 줄은 알았는데 음반까지 다 사실 정도였구나 ^^ 요즘은 아무리 좋아하는 가수라도 꼬박꼬박 음반 사서 듣기가 점점 쉽지 않은데 ^^ 그래서 더 박정현 6집이 기다려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