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활동가모임, 14일 "컵깨기 대회" 열어
컵 깨자! 성차별 깨뜨리자!
운동사회내 성차별·권위주의 근절 취지

"닦지 않은 컵, 공용장소에 굴러다니는 컵, 다 모아서 와장창 깨버립시다!"
노동·사회·시민·학생단체에서 일하는 여성활동가들이 사무실에 아무렇게나 방치된 컵들을 모으고 있다. "컵 잘씻기 생활운동" 쯤으로 생각하면 착각이다. 여성활동가들이 말하는 몇가지 상황을 곱씹어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아침에 사무실을 나오면 개수대, 책상, 회의탁자 등에 씻지 않은 컵들이 즐비하다. 커피의 진득한 찌꺼기가 안쪽에 남아있거나 녹차가 달라붙어 이만저만 씻기 고약한 게 아니지만 동료에게 베푼다는 심정으로 박박 북북 씻는다. 하지만 이 상황은 반복된다. 내가 안하면 결국 다른 여성동료의 몫이다. 여성들이 안할 경우, 남성활동가들이 컵을 모아 개수대로 향하는 일은 거의 없다"

"손님이 오면 대개 여성활동가들은 반갑게 맞이하며 "차 드실래요?" 묻는다. 내 손님이 아니라도 우리 단체를 찾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반복된다. 똑같이 자기 일을 하다가도 손님이 오면 왜 나만 자동인형처럼 일어나 차를 타지? 내 손님이 왔을 때 남성 동료나 선배들이 충분히 대화를 나누라고 차를 대접한 적이 있나?"

"회의가 있는 날, 회의실 탁자에는 담배꽁초가 수북히 담긴 재떨이와 각종 컵들이 차곡차곡 쌓인다. 회의가 끝나면 몇몇은 회의 때 논의됐던 쟁점을 다시 논의하고 몇몇은 슬그머니 회의실을 빠져나간다. 이 때 수북히 쌓인 컵들을 들고 나오는 이들은 바로 여성활동가들이다. 남성들이 뒤풀이 가자고 외치는 중에도 여성들은 자기 컵과 남이 먹은 컵을 들고 화장실로 향한다. 왜? 다음날 상쾌한 아침을 방해받고 싶지 않으니까"

단체활동 뿐만 아니라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들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사례들이다. "운동사회내 가부장성과 권위주의 철폐를 위한 여성활동가모임"(이하 여성활동가모임)은 이처럼 "컵"으로 상징되는 성차별을 문제삼고 이를 깨뜨리자는 취지에서 발족식 및 첫 캠페인으로 "컵깨기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슬로건은 "나가자, 깨부수자, 민중운동내 성차별 성폭력 가부장성".

이 행사는 민중대회 둘째날인 오는 14일 오후 2시30분께 여의도 고수부지 화장실 옆에서 열릴 예정. 각자 가져온 컵에 성폭력·성차별·가부장성 등 깨뜨리고 싶은 억압을 상징하는 단어를 써넣은 뒤 동일한 주제별로 모여 성토대회를 하고 컵을 깨는 행사다.

여성활동가모임의 엄해진씨(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는 "운동사회에서도 성차별 문제는 사소하고 부차적인 것으로 치부하며 여성들은 남성활동가에게 성폭력을 당해도 이를 밖으로 알리면 단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드러내지 못한다"며 "운동사회 내부의 심각한 성차별과 가부장성을 알리고 이를 근절하자는 취지로 "컵깨기 대회"를 기획했다"고 설명한다.

여성활동가들에게 암묵적으로 사무실 가사노동이 전가되는 분위기, 활동가끼리 결혼하면 여성이 운동을 그만두고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 동등한 학력과 경력에도 불구하고 여자라는 이유로 하위파트너 대우를 받는 현실 등을 문제삼고 맞서 싸우겠다는 것이다.

여성활동가모임은 "술자리에서 언어폭력이나 성추행을 당해도 선배의 따뜻한 애정으로 받아들이길 강요받고, 성폭행 당한 후배가 운동을 그만둬도 문제를 서둘러 봉합하기에 급급한 조직과 남성활동가들을 더 이상 지켜볼 수 만은 없다"며 "사회 곳곳 잘못된 곳을 바꿔보겠다는 의지로 자랑스럽게 선택한 운동 역시 뿌리깊은 성차별과 가부장적 폭력에서 한 발자욱도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운동사회 내부의 성차별적이고 권위적인 구조를 개혁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히고 있다.

여성활동가모임은 지난 8월 결성, 현재 35명이 활동하며 통신 참세상에 게시판이 마련돼 있다. 참세상 접속 뒤 go actwo하면 된다.

서정은 기자 punda@kngo.net 1999년 11월

# 요즘은 좀 달라졌나? 이렇게 무식한 집단은 많이 줄어들었냐고...
컵 정도는 자기가 씻고...같이 먹은 떢복이 그릇과 깔았던 신문지 정도는 치울 줄 아는 인격은 갖추셨는지?
내가 하는 행동과 말이 상대에게 폭력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본 적 있는지?

2007년....술자리에서...일상에서 반복되는 성폭력은 여전하고...
동등한 학력과 경력이라도 남성이 어떤 방식으로든 더 우대받는 현실도 그대로다...
달라진 것이 전혀 없진 않겠지만...근본적인 구조는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운동사회 내부도...내 경험으로는...마찬가지다...

# 10여년에 전에 쓴 이 기사를 보다보니....마지막 문장이 압권이다.
"참세상 접속 뒤 go actwo...."
98년 99년만해도 PC통신 시절이었다. 파란 화면 그리고 띠리리링~ 울리는 접속음...
여기서 신문 기사도 검색하고 메일도 쓰고...
삐삐 시대가 저물고 휴대전화로 옮아가던 시절이기도 했다.
그땐 보조금이 엄청나서 최신형도 10만원 안팎이면 개통 가능...
맨처음 샀던 LG 회색폰...019-202-1108이던가...

하긴 벌써 10년 전이니...
지금 생각하면 인터넷 없이...휴대전화 없이 답답해서 어떻게 취재를 했을까 싶다...
세상은 정신없이 가고 있는데...난 지금 어디에 서 있는 건가...
이런 생각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데...

Posted by pun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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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효피디
    2008.04.29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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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동하는 사람들도 그렇다는 게 조금 놀랍네. 난 어떤지....반성!